1999. 02. 《CD-ROM 국역 조선왕조실록》 보급판


《CD-ROM 국역 조선왕조실록》을 출간하며1)



  ‘왜 조선왕조실록 CD-ROM을 만드는가?’ 이 사업을 수행하는 동안 저는 이러한 질문을 안팎으로 수없이 들어 온 것이 사실입니다. 한민족의 후예로서 우리의 문화를 창조적으로 계승하기 위함이라고 하는 것은 우리 국민 모두의 입장을 대변하는 대답일 것입니다. 저희 회사의 입장에서 그 대답을 찾는다면, 그것은 ‘우리만이 그 일을 할 수 있는 사람과 기술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문화를 아끼고 그것의 계승 방안을 찾으시는 많은 분들로부터 서울시스템의 기술과 인력을 토대로 ‘조선왕조실록의 전산화’를 추진해 달라는 권유를 받았을 때, 저는 문화 시민으로서의 당위와 기업가로서의 책임 사이에서 고민도 적지 않았음을 솔직히 토로합니다. 결국 우리마저 그 일을 외면했을 때 《조선왕조실록》은 살아 있는 역사가 아니라 형해화된 유물로 남게 도리라는 생각이 우리로 하여금 《조선왕조실록 CD-ROM》 간행 사업을 시작하게 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CD-ROM 조선왕조실록》은 세종대왕기념사업회와 민족문화추진회에서 행한 국역 사업의 사전 성과가 있었기 때문에 나오게 된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우리는 이 CD-ROM을 개발하는 동안 두 기관에서 해 오신 일의 중요성을 더욱 절감할 수 있었습니다. 두 기관에서 봉사하신 국역자, 번역자 윤문자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국사편찬위원회의 지도와 협조도 이 사업 수행을 성공적으로 이끈 요체가 되었습니다. 국사편찬위원회에서는 분류사 자료의 제공으로 국역 실록 CD-ROM의 가치를 배가시켰고, 현재는 서울시스템과 함께 조선왕조실록 원전 CD-ROM의 개발을 위한 원전 표점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CD-ROM 조선왕조실록》의 출간은 완성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입니다. 오랫동안 감춰져 있던 수많은 사실들이 이 CD-ROM에서 의해 남김없이 들춰지면 아마도 우리 역사의 어떤 부분은 다시 쓰여지게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 CD-ROM으로 인해 새롭게 이루어진 역사 해석들은 다시 이 안에 반영됨으로써 보다 충실한 내용의 한국학 데이터베이스로 커 나아가야 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CD-ROM 조선왕조실록》의 출간은 우리 문화의 성숙을 위한 더 먼 행로의 첫걸음이라고 여겨집니다. 우리 문화를 사랑하는 더 많은 분들이 이 행로에 동참해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1999. 02. 《CD-ROM 국역 조선왕조실록》 보급판


《CD-ROM 국역 조선왕조실록(보급판)》 간행 과정


김   현

한국학데이터베이스연구소장


  《CD-ROM 국역 조선왕조실록》은 초판을 간행한 2년 인후 1997년 11월 개정판을 간행하였으며, 그로부터 1년여만인 1999년 2월 세 번째 판을 ‘특별 보급판’의 형태로 간행하게 되었다.  초판 간행에 이은 2 차례의 후속 간행은 《조선왕조실록》이 우리 민족사에 갖는 의미가 중요한 만큼 그것을 뉴 미디어 시대의 저작물로 계승하는 노력도 한 순간의 이벤트성 사업에 그쳐서는 안되며, 끊임없이 정확성과 효용성을 높여 가야 한다는 생각에서 이루어진 일이다.  이 CD-ROM의 저본인 국역 실록은 20여 년에 걸쳐 각 왕대별로 부분 부분 이루어졌는데, 그 동안 개정판 간행은커녕 전질 통합 간행조차 이루어지지 못한 데 비해, CD-ROM은 3년여만에 두 차례의 개정판이 나왔다고 하는 사실은 뉴 미디어의 효용성을 잘 입증하는 사례이기도 하다.

   1997년의 개정판에는 32만여 개의 개별 기사를 161개 표목에 의해 상세히 나눈 분류 주제 정보가 포함되었고, 개별 기사의 한문 원전 소재가 추기되었다. 개별 기사에 일일이 분류 주제를 부여하는 과정에서 국역문과 한문원문을 정밀하게 대조하여 번역이 누락되었던 부분, 기사 분리가 잘못되었던 부분들을 찾아내어 수정한 결과도 반영되었다.

   1999년의 보급판은 데이터의 보완 이외에도 프로그램의 기능 면에서 사용자의 편의성을 크게 증진시킨 제품이다.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고밀도의 데이터 압축 기술을 사용하여 세 장의 CD에 나누어 수록하였던 종래의 조선왕조실록 데이터를 한 장의 CD-ROM에 수록하였다는 점이다. 이로써 태조에서 철종까지의 모든 정보를 한꺼번에 검색할 수 있게 되었으며, 사용 도중 CD-ROM을 바꿔 넣거나 여러 대의 CD 드라이브를 사용하는 불편이 없어지게 되었다.

  그밖에 인명, 지명, 역사 용어 등 본문 속에 쓰인 모든 한자 단어는 단어 중간의 글자들까지도 모두 한 자 단위로 검색할 수 있게 함으로써 전문(專門) 정보의 검색율을 높였고, CD-ROM에서 찾은 정보를 다른 문서 편집기로 옮길 때, 연구자들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 확장 한자들이 소실되지 않도록 하였으며, 정보 검색 프로그램의 디자인을 비전문가 위주로 개선, 컴퓨터를 처음 사용하는 이용자들도 활용에 어려움이 없도록 하였다.

  1999년의 보급판 간행은 모회사인 서울시스템주식회사의 재정적 어려움 속에서도 한국학 데이터베이스의 개발 기반이 와해되는 것을 막는다고 하는 일념으로 개인적 희생을 무릅써 온 한국학데이터베이스연구소 연구원 여러분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개발 실무를 담당한 연구원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1999년 2월 1일)



1) 이웅근 회장(서울시스템주식회사 대표이사)을 대신하여 쓴 글